
* 2026년 3월 23일, SNS에 남긴 글을 다듬고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나는 ‘글 쓰는 직장인’이다. 학창 시절 시와 에세이를 좋아했고, 생각이 많았지만,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낸 책 1권도 주변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쓴 것과 비슷하다’라는 평을 들었다. 어떻게든 글쓰기를 이어가려 애썼지만, 쓸 수 있는 돈이 적고,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스스로가 싫어 취직으로 도망친 이후 부족해지는 체력과 시간에 쫓기고 있다. 몇 년 전, TV에서 어느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쟤네 참 불쌍하네, 예술을 하러 나왔으니 배고플 것 같아.
예술인은 꼭 가난해야 할까?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유명인이 아닌 이들은 스스로 원했던 꿈, 생각을 펼치기 위해 부업을 해서라도 그걸 이어간다. 버는 돈이 직장인이나 기업가보다 부족해서 그렇지, 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이에게 사랑받으면, 좋은 기회가 찾아 온다고 믿는 이들이다. 한때 그들을 동경하고 꿈꿨던 터라, 직장인으로 사는 나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며칠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335회에 배우 최지수가 출연한 부분을 보다 마음이 뭉클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해에 벌어진 외환위기로 어머니가 은행원을 그만두면서 집안이 어려워졌지만, 연기가 하고 싶어서 아버지를 설득해 연극영화과를 다녔는데, 학자금 대출이 늘어나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에 조연으로 캐스팅되어도, 촬영 전까지 일하러 다녔고, 이 프로그램 촬영 다음날도 출근해서 일하는 모습을 찍은 게 나오는데, 눈물이 날 뻔하다 그의 의욕적인 미소를 보며 참았다. 그나마 5월에 다 갚고, 이후에 나오는 돈은 자신을 위해 도와준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오랫동안 쌓은 정성이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다.
이 이야기에서 앞에 언급한 진실을 다시 떠올렸다. 배우는 과정도, 유지하는 과정도 돈이 들기에, 빈곤을 극복하는 건 개인의 노력 만으로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최근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예술인 1인당 평균 연 소득은 1054만7000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연 소득인 2554만원의 41.3%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중략) 소득이 적어 예술인 2명 중 1명은 부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 예술인 비율은 52.5%로 2021년(55.1%) 대비 2.6%P 감소했다. - <예술인 76% 月 100만원도 못벌어⋯ “절반은 부업 뛴다”> (MS TODAY, 2025.3.10.)
시나리오 작가나 배우가 이런 경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과 복지재단 등이 마련되었지만, 한계가 있다. 내가 종사하는 요식업이나 작은 기업도 돈이 쉽게 벌리지 않아 관련 대출을 쓴다는데, 예술인도 비슷하달까?
이런 상황에서 열정이 넘치는 예술인을 보면 대단하면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예술인은 빈곤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걸 넘어,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지원 제도, 기금,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있던 걸 잘 고쳐서, 이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종종 예술인의 최저 생계를 보조하는 제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예술 창작 지원은 단순히 개인의 생활을 돕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가진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창작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맥락에서 국민적 인식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 지원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의 발표에 대한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 박강산 소설가, <예술 지원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해주는 복지?? "문화강국 되려면 예술지원 인식 바뀌어야.."> (전주MBC, 2025.9.1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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