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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라보기

대구여, 광주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2025년 9월 1일 촬영한 광주의 모습, 하늘의 구름이 인상적이었다.

 

2025 9 2, SNS ‘스레드에 남긴 글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대구 사람인 나는 광주를 두 번 갔다 오면서 좋은 추억을 얻었다. 처음에 가볼 곳이 많지 않았는데, 2년 뒤에 가보니 좋은 풍경을 발견했고, 탐험에 대한 욕구도 싹트기 시작했다. 가게와 택시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투가 사근하고, 친절했다. 여태까지 미디어로 알고 있던 광주 사람에 대한 인식을 새롭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번에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그쪽은 조심해야 해, 딴 지역보다 구석 골목으로 걸어 다니면 안 돼, 거기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대구 사람들이야.

 

전형적인 대구·경북 사람인 우리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 목포에서 잠깐 일하다 안 좋은 일을 당하셨는지, 전라도에 부정적이셨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한 백화점에서 대구가 적힌 티셔츠를 사려했는데, 광주에 가서 입으면 싫어할 거라 말씀하셔서, 다시 내려놔야 했다. 심지어 사장님도 내가 광주에 갔다고 하니까 길거리에서 얻어맞았냐는 농담까지 하셨다.  정도로 광주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 걸까?

 

그런데 어느 지역이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에게 친절하게 반겨주는 건 당연한 상식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SNS에 썼더니, 광주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내 글에 좋은 댓글을 남겨주었다. 그중 일부를 옮겼다.

 

스레드 이선태 님(@daeun1028_hojun1123)이 보낸 사진

 

광주 사람들은 대구를 혐오하지 않아요, 그냥 모질이 친일 매국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근혜, 윤석열에게 몰표를 준 딱한 사람이라 생각할 뿐… - Xex(@korea547500)

 

광주는 그런 감정 없음. 구세대는 아직도 편 가르기 하는 거 진짜… 오히려 우리가 우리 욕하느라 다른 곳 신경 쓸 시간 없음. ㅋㅋㅋㅋㅋ 광주 왜 이따구로 행정 하냐 등등
사진은 몇 달 전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달빛 대전 때 삼성 팬분들 원정석에서 폰 플래시 켜주심.
기아 쪽에서도 똑같이 해줬고, 이렇게 서로 보기 좋은데 왜들 그러는지… - 이선태(@daeun1028_hojun1123)

 

“광주 사람 피셜로 대구 사람 오든말든 관심없어ㅋㅋㅋㅋㅋㅋ 광주는 대구 신경도 안 쓰는데 대구는 아직도 이렇게 신경 쓰는 걸 보면 어떤 의미로 지독한 짝사랑같아.” - jieun:D(@pponyojjini)

 

 

이렇게 광주 사람들은 대구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데, 왜 대구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여길까? 영호남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대부분 근현대에 있었다.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 많은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생존을 위한 이주’를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척박한 식민지적 삶 속에서 제한된 자원을 둔 생존경쟁은 이주민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중략) 한국에 있어 호남민에 대한 지역감정과 차별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중략) 충청도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호남에 대한 부정적 담론은 1970년대 영호남간의 정치적 경쟁(박정희 vs. 김대중)을 기점으로 더욱 악화되었고 정치적 차별과 배제의 정당화 논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지역감정, 일제의 또 다른 유산> (중대신문, 2006.11.26.)
두 지역의 지역감정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당시 경상도 출신 박정희와 전라도 출신 김대중이 맞붙으면서 유발되었다. 당시 먼저 도발한 쪽은 박정희 참모들이었다. 그들은 '전라도 사람들이 쳐들어온다'거나 '김대중이 집권하면 경상도 사람들은 다 죽는다'라는 따위의 말들을 퍼뜨렸다. 이에 전라도 사람들도 질세라 맞받아쳤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뒤 선거철마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 이이화 <영호남 갈등 언제부터 있었나> (영남일보, 2009.8.24.)

 

현재 대구와 광주는 과거의 지역 갈등이 무색하게 정부와 지자체, 언론과 민간기업 등에서 달빛동맹, 영호남 화합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정치 성향은 달라도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도시다.

광주시와 대구시의 교류 행사에서 달빛동맹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대구·경북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되자 두 도시는 의료산업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수한 우리말인 ‘빛고을’의 머리글자를 딴 ‘달빛동맹’이라는 말을 썼다. (중략) 광주시와 대구시는 달빛동맹을 5개 분야 30개 사업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분야는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건설 등 3개 사업이다. 경제 산업 분야는 달빛 혁신 창업·성장 지원 펀드 조성 및 운영 등 9개 사업이다. - <영호남 화합 견인하는 ‘달빛동맹’> (동아일보, 2019.5.9.)
무엇보다 두 도시가 상생·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광주 5·18과 대구 2·28 정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 광주와 대구에서 뜨겁게 타오른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동서 화합으로 이어졌다. - <5·18 42주년 참석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광주와 대구 상생 협력 국민통합 앞당길 것”> (남도일보, 2022.5.19.)

 

특히 2020년 코로나19의 국내 유행 당시 대구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수용할 병원이 부족해지자 광주에서 이들을 받아주어 좋은 이미지를 쌓았다. 대구와 광주를 다룬 SNS 글이나 기사에서 이 사실이 종종 언급된다.

 

광주시가 대구를 돕기위해 대구지역 확진자에게 병상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빛고을 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으로 대구지역 경증 환자를 옮겨 코로나19 치료를 도울 계획입니다. 두 병원은 병상을 120여 개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광주시는 이 가운데 절반은 대구지역 환자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 환자 발생에 대비해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 <‘나눔과 연대’…대구 환자 광주서 수용해 치료> (KBS, 2020.3.2.)

 

여전히 대구의 어른들은 광주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졌지만, 이미 해결하려는 노력이 쌓인 만큼 언젠가 그런 편견이 사라질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앞서 나온 이런 말은 오히려 나에게 광주를 더 가고 싶은 욕구를 키운다. 대구 사람들은 편견을 버리고, 광주에 한 번 놀러 가자. 좋은 풍경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겁게 놀자.